달팽이 감사 > 목양 칼럼 성락교회 http://sungrakch.org

달팽이 감사

  달팽이 한 마리
  길을 가네
  아무도 가지 않은
  마른 길을 가네

  처음 길을 내느라
  혼신의 힘을 다해
  제 몸의 점액을 분비하며
  새길 하나 밀어가네
 
  뒤를 이어 이 길을 걸어오실 그대
  매끄럽게 웃으며 걸어오라고

  박노해 시인의 『달팽이』라는 시입니다. 처음 길을 내는 달팽이는 뒤따라오는 달팽이보다 35배의 에너지를 더 써야 한다고 합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앞서서 간다는 것은 그만큼 어마어마한 노력과 자기희생이 필요합니다.
  나뭇가지에서 놀던 뻐꾸기는 점액을 쏟아내며 느리게 기어가는 달팽이를 비웃을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달팽이의 느린 속도로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봤자, 이미 열매는 떨어져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달팽이는 자신이 올라왔을 때는 열매가 먹기 좋게 익어 있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포기하지 않고 올라갑니다.
  세상이 우리를 비웃을 만큼 느리고 답답한 현실에서도 감사할 수 있는 것은 반드시 가장 적합한 때에 도착하게 하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믿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작은 하루하루를 걸어가는 달팽이 같은 걸음이, 나 자신에게 뿐만 아니라 뒤따르는 모든 사람들에게 더 좋은 열매가 되리라는 믿음으로, 감사하며 가기를 소망합니다.

갈라디아서6장9절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